입력 : 2013.11.27 05:37
"로켓은 우주로 가는 무식한 방법 중 하나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책을 쓴 미국 과학자 리처드 뮬러의 말이다. 뮬러는 로켓이 연료를 태워 얻는 에너지의 96%를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경우 전체 중량 140t 가운데 연료와 산화제 무게가 120t을 넘는다. 연료와 산화제에서 나오는 에너지 대부분은 바로 그 연료와 산화제 무게를 떠받치는 데 쓰인다.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로켓이 우주로 날아갈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으려면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연료 무게 탓에 더 많은 연료를 실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나온 게 다단 로켓이다. 빈 연료통을 순차적으로 떼내는 방식으로 로켓 무게를 줄여 나간다. 에너지의 대부분은 여전히 낭비되지만 그래도 로켓을 우주 궤도에 올려놓을 정도의 힘은 얻을 수 있다.

[만물상] 한국형 우주발사체
▶우리 나로호는 2단, 북한이 작년 말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는 3단, 일본이 1970년 쏘아 올린 람다-4S는 4단 로켓이다. 1단 로켓이 강력할수록 로켓 단수를 줄일 수 있다. 나로호 1단 로켓의 추력(推力)은 170t인 데 비해 은하3호는 120t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과 달리 가장 중요한 1단 로켓을 직접 개발하지 못하고 러시아에서 통째로 들여왔다. 우주발사체 기술에서 우리가 북한에 10년 뒤졌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정부가 한국형 우주발사체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20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1단 로켓을 우리 힘으로 개발해 위성뿐 아니라 달 궤도선과 달 착륙선도 쏘아 올리겠다고 했다. 1단 로켓의 추력은 300t으로 나로호보다 훨씬 강력하지만 달까지 가려면 3단으로 개발해야 한다. 계획대로 되면 우리도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 명단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북한과의 우주기술 격차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러시아·중국·일본 같은 우주개발 선진국은 몇십 년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을 쌓아 왔다. 로켓이 폭발해 수십명이 죽는 사고도 많았다. 선진국들이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우주로 가는 꿈을 접지 않은 것은 국민의 변함 없는 관심과 성원, 국가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의지, 범(汎)정부 차원의 효율적 정책 추진·지원 체계 덕분이다. 우주개발은 과학자와 기술자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과학기술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우주개발의 비전과 전략을 분명히 세워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김기천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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