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1.22 05:30

서해안 소재 짧은 글에 더위, 머드 축제 풍경,축제의 경제적 효과까지 넣으면 어수선
사람들 관심 가장 클 만한 ‘머드 축제의 외국인’에만 집중해도 짜임새 있는 글로 변신

뭘 썼는지 모르게 두루뭉술한 글이 아니라, 분명한 인상을 남기는 글을 쓰려면 핵심을 잡아 거기에 집중해서 써야 합니다. 학생의 글 한 편을 그런 관점을 갖고 읽어 가며 문제점을 짚어 보고, 적절하지 않은 부분을 다듬어 보겠습니다. 지난 여름 ‘충남 보령 해변을 둘러보고’라는 제목으로 쓴 글입니다.보령은 머드축제로 유명하지요. 마침 엊그게 보령머드축제 조직위원회는 내년에 열릴 17회 행사의 포스터를 일찌감치 확정하여 발표했습니다. 아래 글은 16회 머드축제에 다녀와 쓴 글입니다.
보령 머드축제 현장에서 세계 각국 남녀 관광객들이 진흙에 파묻혀 함께 즐기고 있다.
보령 머드축제 현장에서 세계 각국 남녀 관광객들이 진흙에 파묻혀 함께 즐기고 있다.
<토요일에 찾은 서해안은 여름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현재 서해안에서는 머드축제를 비롯한 여러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지난 23일에는 제 1회 서해안 해변축제가 열려 일요일에 성공리에 끝났다. 더위가 가득한 때, 서해안으로 놀러가면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7년 터진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이 무색하도록 서해안은 몇 년 만에 사건 이전처럼 다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많은 외국인들이다. 흰 피부와 높은 콧대를 보유한 백인 혹은 검은 피부와 두툼한 입술을 보유한 흑인들이 한국인들과 어울려 서해 바닷가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머드는 피부에 좋기로 소문이 난 탓에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것이다. 머드 축제에서 가장 재미있는 풍경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진흙을 묻히거나 던지기도 하고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진흙을 바르며 즐거워하는 등 축제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어느새 해안에는 점점 해가 저물고 있었다. 해가 저물수록 하늘은 더욱 붉게 타 올라 아름다운 붉은 빛이 온 하늘에 물들었다. 머드축제 같은 지역 축제는 아주 성공적인 지방 축제다. 이러한 특색있는 축제들이 앞으로 서해안 지역에 어떠한 겅제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기대해 볼 만하다.>

서해안에 갔을 때 보고 느낀 것들을 열심히 썼는데, 무언가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적절하지 못한 표현들이 꽤 있습니다. 글 전체를 보면 특별한 초점이 없이 해안 풍경에서 축제의 경제적 효과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아 또렷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세부적인 문제들을 봅시다.

첫째, 처음 네 문장에 ‘서해안’이라는 단어가 6번이나 나옵니다. 같은 단어를 불필요하게 중복 사용하는 것은 지면의 낭비이며,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안 됩니다.고쳐 봅시다.

(원래 문장)
<토요일에 찾은 서해안은 여름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현재 서해안에서는 머드축제를 비롯한 여러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지난 23일에는 제1회 서해안 해변축제가 열려 일요일에 성공리에 끝났다. 더위가 가득한 때, 서해안으로 놀러 가면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7년 터진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이 무색하도록 서해안은 몇 년 만에 사건 이전처럼 다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고친 문장)
<토요일에 찾은 서해안은 여름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머드축제를 비롯한 여러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제1회 서해안 해변축제가 열려 일요일에 성공리에 끝났다. 한 여름 이곳에 놀러 오면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7년 터진 기름 유출 사건이 무색하도록 서해안은 몇 년 만에 사건 이전처럼 다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또한 글의 뒷 부분, <어느 새 해안에는 점점 해가 저물고 있었다. 해가 저물수록 하늘은 더욱 붉게 타올라 아름다운 붉은 빛이 온 하늘에 물들었다.>에서도 ‘해가 저물었다’는 말을 불필요하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둘째, 부적절한 표현들이 있습니다. ‘높은 콧대를 보유한’은 ‘콧대가 높은’으로, ‘두툼한 입술을 보유한’은 ‘입술이 두툼한’으로 고치는게 좋습니다.‘보유(保有)한’이라는 한자어는 이 경우에 정확한 단어도 아닙니다. 또 ‘피부에 좋기로 소문이 난 탓에’에서 ‘탓에’는 부정적인 경우에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덕에’로 바꿔야 합니다.

셋째, <머드 축제에서 가장 재미있는 풍경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진흙을 묻히거나 던지기도 하고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진흙을 바르며 즐거워 하는 등 축제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는 주어-술어 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 이른바 비문(非文)입니다. ‘재미있는 풍경은…’이라는 주어로 시작했으니 ‘…이다’로 끝나야 합니다. <머드 축제에서 가장 재미있는 풍경은 … 축제를 한껏 즐기는 모습이다.> 정도로 고치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세부적인 수정만으로 훨씬 나은 글이 되기 어렵습니다. 특별한 초점이 없이 산만한 것이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몇 글자를 고치는 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뭔가 핵심 하나를 정해 좀더 집중하여 쓰고 초점에 맞지 않는 내용들은 삭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의 글 내용 중 머드축제에 온 외국인들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생각해 학생에게 그 부분에 관해 좀더 보충하여 쓰도록 한 뒤 일부 표현들을 손봤습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글이 됐습니다.

< 토요일에 찾은 서해안은 피서객들로 가득했다. 지난 2007년 터진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이 무색하도록 이곳에는 예전처럼 다시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사람들 만큼 많은 외국인들이었다. 대부분 보령 머드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다. 서울에서 보령까지 축제 특별열차를 타고 왔는데, 열차 안에는 외국인이 절반이 넘는 듯했다. 곳곳에서 영어가 들리니 외국에라도 온 기분이었다. 머드축제장 입구에는 아예 영어로 된 일정 게시판이 크게 붙어 있었다. 우리나라 머드가 피부에 좋다고 소문난 덕에 외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머드축제장에서는 백인, 흑인들이 한국인들과 어울려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모두들 온 몸이 진흙으로 뒤덮이니까 똑같은 회색옷을 입은 듯한 모습이 됐다. 그러니 서로 체면이고 눈치고 필요 없어져서 더 친근하게 어울렸다. 나는 어떤 흑인 아저씨들하고 기차놀이를 하며 깔깔깔 진흙 속을 한참 뒹굴었다. 진행요원이 사람들에게 머드를 뿌려대는 프리즌에 들어가니 외국인 반, 한국인 반 같았다. 나중엔 외국인들이 충청도 해안에 와 있는 건지, 내가 유럽 해변에서 놀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였다. 어느 새 해안에는 점점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럴 수록 하늘은 더욱 붉게 타 올라 아름다운 붉은 빛이 온 하늘에 물들었다.>

어떻습니까. 고치기 전보다는 초점이 있는 글이 되지 않았습니까. 박물관· 미술관 등 현장 탐방 보고서 같은 글도 비슷한 요령으로 쓰면 좋습니다. 전체적인 묘사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나열식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흐리멍덩한 글이 되고 맙니다.‘보고 느낀 것 중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었나’를 곰곰이 생각하여 자기만의 느낌과 생각을 글의 중심에 놓고, 그 밖의 것들을 주변에 배치한다는 기분으로 쓰십시오.

여러가지를 산만하게 늘어놓은 글은 음식에 비유하면 뷔페 음식입니다. 핵심에 집중한 글은 잘 차려진 일품요리입니다. 하나하나의 음식이 맛깔난 뷔페라도 이것저것 정신없이 먹고 나면 어떤 맛을 즐겼는지 느껴지지 않고 그저 배만 잔뜩 부르지 않습니까. 대신 갈비찜이든 생선회든 잘 만든 요리를 한 접시를 먹었을 때의 느낌은 훨씬 각별하죠. 그런 일품요리같은 글을 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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