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1.14 05:30

- 스마트폰 익숙한 10대~20대, 장문 쓰는 능력 떨어져
- 생각 나는대로 뱉어낸 글은 횡설수설 어수선해
- 어휘 틀리지 않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
- 좋은 글 쓰려면 두뇌를 더 괴롭혀야

프리미엄 조선에서 요즘 세태를 잘 포착한 기사 하나를 읽었습니다. 10대~20대들이 목소리로 전화하거나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점점 어려워한다는 겁니다. 하루 종일 엄지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며 카카오톡이나 SNS 등 문자로만 소통하는 일이 많다 보니 생긴 현상이죠. 남에게 “전화는 싫으니 문자로 답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일도 많으며, 사귀던 애인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할 때도 문자로 한답니다. 약간 씁쓸합니다.

‘문자 교신 세대’의 특징은 목소리 전화 사용과 멀어지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들의 글쓰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어쨌든 많은 문장을 쓰니 글도 잘 쓸 것 같은데 실은 그 반대입니다. 그들의 글이 횡설수설하듯 어수선한 경우가 많이 발견됩니다. 스마트 폰 문자 생활과 관련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SNS 활동을 하면서 입력하는 문장들은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을 말하듯 곧바로 뱉어낸 것들입니다. 혀와 입술 대신 엄지 손가락으로 하는 말인 셈이죠. 이걸 많이 하다 보니,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짧은 문장으로 재빨리 표현하는 능력은 더 길러질지 몰라도, 어느 정도 분량이 있는 글은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겁니다.

2회에 말씀드렸듯 전체 글의 뼈대를 구상한 뒤에 글을 써야 하는데, 10대~20대들 중에는 글을 쓸 때 카카오톡하듯 생각나는 대로 그냥 다다다다 입력부터 합니다. 그 결과 한 편의 글이 아니라 단편적인 문장들을 두서없이 이어놓은 듯 산만한 글이 되는 것이죠. 하나의 사례를 보며 생각해 봅시다. 한국 영화 ‘써니’를 보고 어느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감상평인데, 문자 교신 세대가 쓰는 글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써니’는 양아치들의 추억을 되살려 준 영화인지 이들의 추억의 영화인지 모르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것 같고…중간에 키스하는 장면, 모든 친구들이 극단적인 상황인 점(현실 가능성 희박한 것), 돈 많은 것이 최고다 (돈이면 다 된다는 것 이 내포되어 있음. 실제로 돈은 어느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은 많다. 돈 많아도 불행한 사람도 많다.)는 점을 강조하면서…친구가 죽어도 물려받은 재산 때문에 기뻐하고 있는 점(전혀 감동이 없고 짜증만 나는 순간이었음)같은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코미디이면서 학창 시절인데도 불구하고 소재가 상당히 극단적으로 잔인한 점, 아줌마들이 아이를 구타, 청소년들이 깨진 유리로 찌르거나, 불붙은 각목으로 휘두르는 것 등,(미성년인 사고분별인 아이들이 봤을 때는 잘못하면 마치 학생때는 저래도 충분히 사회적으로 이해되는 거구나 라는 잘못된 생각을 할까 염려가 될 정도의 느낌)이 거슬렸다.>

영화 써니 포스터
영화 써니 포스터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힌 적극성은 좋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들이 많습니다. 하나의 문장으로서 완결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서 군데군데 잠시 멈추고 문맥을 따져 가면서 읽어야 합니다. 다 읽은 뒤 필자가 무엇을 썼는지를 정리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책이나 영화를 본 뒤 감상평을 쓰는 것은 학교 과제로도 많이 주어지는데, 그런 글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문제가 이처럼 산만한 메모처럼 쓰는 습관입니다.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문장 하나씩을 또박또박 완결하면서 글을 쓰지 못하고 파편 같은 문구들을 너무 길게 이어붙이고 있습니다. 괄호를 제외하면 전체 글이 단 2개의 문장입니다. 엿가락처럼 긴 문장은 읽는 이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문장은 짧게 써야 명료합니다.
둘째, 괄호를 너무 많이 써서 글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괄호 속에는 건너뛰고 읽어도 무방한 보충적인 말이나 참고 삼아 덧붙이는 내용을 쓰는 법인데, 이 글에서는 괄호 밖에 써야 할 말들을 괄호 안에 쓰고 있습니다.
셋째, 정확하지 않은 표현들이 있습니다. ‘현실 가능성’은 ‘실현 가능성’, ‘미성년인 사고분별인’은 ‘미성년이고 사리 분별이 미숙한’의 잘못입니다. 어휘를 틀리지 않는 것은 글 쓰기의 기본입니다.

위의 글을 다음과 같이 고쳐 봤습니다. 글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법과 산만한 구성을 바로잡은 것입니다.

<써니는 양아치들의 추억을 되살려 준 영화인지, 이런 사람들의 추억의 영화인지 모르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것 같다. 우선 학창시절 친구들의 오늘의 처지가 모두들 극단적인 상황인데 현실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니 어색하다. 영화의 막바지에 친구가 죽으며 많은 재산을 나눠주자 모두들 너무 기뻐하는데 이런 장면엔 “돈이면 다 된다, 돈 많은 것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엿보여 거슬렸다. 돈이 어느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은 많다. 돈 많아도 불행한 사람도 많지 않은가. 친구가 죽었는데 슬퍼하기는커녕 그 친구가 남겨준 돈 때문에 기뻐하고 있는 장면은 전혀 감동이 없고 짜증만 나는 순간이었다. 또한 이 영화는 학창시절 회상 장면의 묘사에서 지나치게 잔인한 대목이 거슬렸다. 아줌마들이 자기 자식의 복수를 한다며 아이를 집단구타하고, 청소년들끼리 구타할 땐 깨진 유리로 찌르거나, 불 붙은 각목으로 휘두르는 것까지 나온다. 미성년이고 사리 분별이 미숙한 어린 관객들이 보았을 땐 학생 때는 저래도 충분히 사회적으로 이해되는 거구나’라는 잘못된 생각을 할까 염려가 될 정도의 느낌이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의 첨삭으로도 글이 달라지지 않습니까. 한 걸음 나아가, 더 좋은 영화 감상문이 되기 위해선 글 내용의 깊이와 폭이 더 늘어나야 합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에 관한 판단도 녹여내야 하는 것입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 쓴 다른 네티즌의 감상평을 봅시다. 스토리나 묘사에 대한 비판에 치중한 앞의 글에 비해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 영화 ‘써니’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의 유발과 드라마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과속스캔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에피소드와 대사로 이어지는 코믹함은 객석 여기저기에서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사실 써니’의 과거 에피소드는 80년대의 학창시절을 다룬 다른 영화들의 에피소드와 많이 겹친다. 그럼에도 그것이 이야기 속에 잘 녹아 스며들어 딱히 거슬리지 않는다. 음악의 사용도 절묘하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Tuck & Patti의 Time After Time’은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든 노래인 듯 느껴지고, Cyndi Lauper의 Girl Just Want To Have Fun’은 오래 전 보았던 그 노래의 뮤직비디오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활기차다. 가장 아쉬운 점은 마무리다. 웃음과 눈물로 가슴 따뜻하게 이끌어져 오던 영화가 내리는 결론이 돈이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가치관이라니,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짜임새 있는 글로 여겨집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글 내용과 문장 표현을 위해 두뇌를 더 괴롭혀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구상 단계에서 떠오른 여러 생각 중에 어떤 것들을 추려 담느냐 하는 선택이 무척 중요한데, 퍽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여러 갈래 생각을 어떻게 추려내어야 좋은 글이 되는지, 그 요령을 다음 회에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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