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13 14:37 | 수정 : 2013.12.19 17:57
5대 가족 : 고손자의 시대

친구들끼리 점심을 먹는데, 김회장이 오늘 어머님 생신이라 뭘 좀 사 갖고 가야 한다며 먼저 좀 일어 나야 한다고 한다. 칠십 사오 세인 친구들은 부러움 반, 위로 반의 심정으로 물어 본다.

“올해 어머님 연세가 어떻게 되셔?”
“우리 어머니 올해 107세. 오래 사시는 거지. 요새 100세 넘는 분들 꽤 많이 계셔. 현재 우리나라 100세 이상 생존자가 3000명이 훨씬 넘고, 매년 새로 100세가 되는 사람 수가 계속 늘고 있데.”
“건강하셔? 누워서 지내시는 건 아닌가? 치매 안 걸리시고?”
“응. 큰 병 없으시고 잘 지내며, 정신도 또렷하시고, 혼자 거동하셔 집안에서는.”
“거 참, 유복하시네. 어떻게 100년, 일세기가 넘도록 그렇게 잘 사실 수가 있어.”
“왠걸. 우리 어머니 몸 고생, 마음 고생, 돈 고생 참 많이 하셨어.”

김회장의 어머니는 이북에서 나서 보통 집안에 시집을 갔는데, 6.25 전쟁이 나자 어린애들을 업고 끌며 남으로 피난을 내려왔다. 그 후 보따리 이고 지며 장사로 어린 7남매를 키우고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느라 환갑 때까지도 등 한번 펼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45세 때, 유방암에 걸려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도 잘 버티면서, ‘내가 지금 쓰러져 못 일어나면, 저 어린 것들은 어찌 되나...’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어 이를 악물었다고 한다. 지금 김회장의 나이 일흔 넷인데, 지금까지 고생 엄청 많이 하고 일 정말 많이 했다고 주변에서 다들 이야기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 세대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젊어서 못 먹고 못 입고 병고 치르면서 어렵게 어렵게 사는 것이 우리 부모 시대의 장수 비결이 아닌가 싶어.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에 5대가 모이는 거야. 우리 어머니 기준으로 아들 딸, 손주들, 증손주들, 고손주들.”
‘참, 고조부는 쓰는 말인데, 고손주라는 용어가 있던가?’ 김회장은 먼저 가는 사람이 밥 값을 계산한다면서 서둘러 자리를 뜬다.
박봉순 할머니의 5대 가족. 다 모이면 100명이 넘는다. 가운데 앉은 1-2대 박봉순 손옥분 할머니 모녀는 가족들의 정신적 기둥이다./한국노바티스 제공
박봉순 할머니의 5대 가족. 다 모이면 100명이 넘는다. 가운데 앉은 1-2대 박봉순 손옥분 할머니 모녀는 가족들의 정신적 기둥이다./한국노바티스 제공
고등학교 졸업 50주년

근래, 우리 70대들에게 유행하는 한 가지 행사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 50주년. 졸업생들의 형편에 따라 미국 등 외국에서 호화롭게 하는 학교도 있고, 각자 돈 모아서 조촐하게 하기도 한다지만, 대체로 버스 몇 대 전세 내어 3박 4일 전국 일주 하는 프로그램이 보통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출석을 부르는 일이다. 50주년 행사 때도 출석은 안 불러도 당연히 인원 보고가 가장 먼저다.

1959년에 620명이 졸업해서 18%인 111명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509명이 국내외 여기 저기 흩어져 산다는 보고다. 고등학교 졸업 50주년에 참석하려면 나이가 적어도 70은 되어야 하는데, 무려 82%가 살아 남았다? 이건 좀 과한 숫자가 아닌가? 내가 나온 학교가 서울에 있어서 학생들 출신이 상대적으로 잘 먹고 잘 살아서 그런가 하고 서울, 지방, 남녀 친구들에게 물어 봤더니, 거의 비슷한 숫자로 이야기 한다. 졸업생 중 사망자 20%가 넘는 학교가 없었다. 내 친구 이장군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동기 회장을 맡고 있는데, 한 해 동안 동기생 부고가 한 장도 안 왔다고 한다. 이걸 자신의 인덕이라고 우긴다.
아! 요새는 70을 넘는 건 보통의 일이 되었구나. 의과대학 다니고 의사 초년병인 20대 때, 나의 희망은 ‘환갑까지는 살아야겠다’였는데 말이다.

진주고등학교 졸업 50주년 기념 모교방문
진주고등학교 졸업 50주년 기념 모교방문

나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50년전인 1960년대 한국인 평균 수명은 56세였다. 2010년 기준으로 남자는 76세 여자는 82세로 50년 동안 무려 30년이나 늘었다. 1985년 남자 65세 여자 72세이었을 때, 전문가들은 세포학적으로 인간의 수명은 120세로 추정하면서, 2000년대에는 여자 82세 남자 75세의 장수 시대가 열린다고 주장한 그대로 된 것이다. 전문가들의 실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평균 수명 80세의 의미는 한국의 보통 남자는 세 명 중에 한 명이, 여자는 두 명 중에 한 명은 90세를 넘어 100세를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한국의 인구 구조는 2010년에는 65세 이상 노년층 비율이 역삼각형으로 바뀌면서 400만명이 넘어 싱가포르나 뉴질랜드 국민 수와 같아졌다. 2013년에는 600만명을 넘어섰고 10년 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서서 한국인 6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된다고 한다.
동물의 수명은 성장기의 5배라고 알려져 있다. 사람의 경우는, 25세까지는 뼈가 성장하므로, 25세인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 5을 곱하여 사람의 수명은 125세가 되는 셈이다. 하나님도 사람의 수명은 120세라고 말씀하셨다.

50대에 회사에서 명퇴 하여 헉헉대며 축 늘어지는 사람이 주변에 많이 보인다. 그런데 70년을 더 살아야 한다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하실 것 같다. 20-30대는 ‘아파야 한다’고 하고 40-50대는 아프다는 소리도 못 낸다고? 어디가 얼마나 아프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살아갈 더 길고 긴 세월을 생각하니, 조금은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

출처 : 우리나라 평균수명 증가추이/통계청
출처 : 우리나라 평균수명 증가추이/통계청

자기의 예상 생존 기간은 얼마나 될까. 계산법은 ‘120 - 자기 나이’이다. 지금 내 나이가 60이면 60년은 더 산다. 환갑을 두 번 맞는다는 것. 지금 70인 사람도 아직 50년이나 남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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