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0.26 23:28

1990년 뉴욕마라톤에서 한 남자가 마라톤용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고 출발선에 섰다. 사울 캐츠 부자(父子)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캐주얼 구두를 만들겠다"며 71년 세운 락포트의 부사장 토니 포스트였다. 그는 구두를 신고 42.195㎞ 풀코스를 완주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회사는 이후에도 자기네 구두를 신고 킬리만자로를 오르거나 마라톤에 출전하는 이벤트를 벌여 소비자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청계천이나 여의도공원 근처에선 점심시간이면 '꼴불견 1호'라는 '양복바지에 흰 운동화' 차림으로 부지런히 걷는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직장의 표준 옷차림인 '드레스 코드(dress code)' 때문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출근했다가 미리 사무실에 갖다 둔 운동화로 갈아 신고 거리로 나선다. 딱딱한 구두는 빨리 걸을 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운동화 출근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최근 "걷기만 제대로 하면 매년 5000여건의 유방암과 4600여건의 대장암을 막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매일 헬스클럽을 가지 않더라도 하루 30분쯤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정도로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일주일에 닷새, 하루 30분 이상 걸으면 웬만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며 걷기를 권장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의사, 간호사, 청소용역직원까지 전 직원 1200여명이 그제 '운동화 신고 출퇴근하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금연운동가로 소문난 박재갑 원장이 "출근 때부터 운동화를 신으면 운동량도 많아지고 건강해진다"며 양복에도 어울릴 수 있게 검은색 운동화를 나눠줬다.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고 생활 속에서 운동을 하자는 '운출생운(運出生運)'을 널리 퍼뜨리는 게 박 원장의 소망이다.

▶걸을 때 우리 몸속에 있는 200여개의 뼈와 600개가 넘는 근육이 일제히 움직이고 장기들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대신 체중 1.2배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발은 고역이다. 하루에 보통 500~1000t에 이르는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 딱딱한 통굽 구두 대신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다니면 발은 그만큼 편해진다. 요즘은 구두 모양 운동화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운동화 출근' 바람이 더 많이 번져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데 한몫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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