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1998.03.05 19:09







정권만 교체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자주 쓰는 4언절구도 YS의
'대도무문'에서 DJ의 '실사구시'로 바뀌었다. 그 뜻을 풀어보면 성
격은 물론 통치 스타일의 차이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대도무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쓴 휘호다. 남송 무문스
님의 '무문관' 서문에 나온다. 불법 또는 진리인 대도를 깨달으면
천하에 당할자가 없다는 뜻이다. YS는 93년 11월 경주에서 만난 호
소카와 일본총리에게 이 휘호를 선물하며 "정도를 걸으면 거칠 것
이 없이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J는 재야시절부터 '실사구시'를 화두로 삼아왔다. 한서 '하간
헌왕전'에 나오는 말로 "실질적인 일에 나아가 옳음을 구한다" "사
실을 얻는것을 힘쓰고 항상 참 옳음을 구한다" 등으로 풀이된다.청
대 고증학자들의 학문 방법론이었고, 조선조 후기 김정희가 주장한
'실사구시론'도 유명하다.

15대 대선 열풍이 달아오른 지난해 정초,YS가 '유시유종-- 시작
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휘호로 각오를 다지자, DJ는 '실사구시'로
응답했다. 실질과 능률을 숭상하겠다는 야당 지도자의 발상 전환이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최근 IMF대책에도 실질
적인 방법론을 쓰고 있다.

YS가 명분을 앞세워 국정을 운영하다 유시유종을 거두지 못한
반면 DJ는 '적어도 지금은' 실용 위주로 가고 있다. 때가 때인 만
큼 '실사구시'가 걸맞을 것 같은데 주변 '명분론자'들이 따라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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