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1997.07.23 00:00





## 아이돌 이어 젝스키스 연타석 히트시킨 대성기획 이호연 사장 ##.


H.O.T.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있는 그룹 젝스키스.그들은 H.O.T.와
는 정말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물론 악연이겠지만. 그 악연은
두 스타를 만든 스타메이커들 사이에 걸쳐 있다. 모든 것을 마케팅이론
에 의거해 치밀하게 기획했던 SM 기획의 이수만씨와는 달리 대성기획의
이호연(44)사장은 모든것을 육감과 경험에 의존해 오늘의 젝스키스를 만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의 젝스키스는 이 사장의 오기에 의해 탄
생한 스타였다.

이호연 사장과 이수만 사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라이벌이었다. 송골매
의 리드 보컬 출신인 가수 구창모씨의 매니저였던 이호연 사장은 지난
92년 대성기획을 설립했다. 이후 김규민, 잼, 코코 등의 인기 가수와 오
현경 이본 박소현 등의 인기 여자 탤런트를 키워 내는 등 매니저업계에
신화를 창조한 인물이었지만 그에게는 쓰라린 상처가 있었다. 대성기획
을 설립하기 전인 80년대 후반 그는 일본풍의 댄스 음악을 재빠르게 차
용하여 그룹 소방차를 만들어 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이수만씨는 미
국풍의 정통 댄스 음악을 지향하는 현진영과 와와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당시 둘의 맞대결은 이수만씨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초 미국 교포 출신 듀오 아이돌을 결성해 10대의 새로운 우상
으로 등극시켰던 이호연 사장은 다시 한번 패배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아이돌은 '바우 와우'라는 히트곡 하나로 단번에 정상
에 올라 섰으나 가을에 발표한 2집은 1집보다 음악적으로 낫다는 평가에
도 불구하고 1집만 못한 성적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에 혜성 같이 등장
한 H.O.T.에게 완전히 밀리면서 그룹 해체의 비운으로까지 이어진 것이
다. 이후 이 사장은 와신상담하면서 H.O.T.와의 설욕전을 준비했다.

이 사장은 우선 H.O.T.가 5인조이니까 우리는 그보다 많은 6인조로 나
가자는 생각을 했다. 수에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에게는 어
떻게 하면 H.O.T.와 다르게 보일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는 H.O.T.는
하나의 이미지로 통일돼 있다는 생각에 미쳤다. 그러면 우리는 그룹속의
그룹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해서 그룹을 둘로 쪼갰다. 은지원 이재진 김
재덕은 강하고 거친 편이어서 블랙 제키라고 이름을 붙였고 강성훈 고지
용 장수원은 부드럽고 깨끗하다는 뜻에서 화이트 재키라고 이름을 지었
다. 그룹 내에 또 하나의 그룹을 만든 것이다.

음반이 나오고 나서 홍보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는 그룹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가요계에서는 올 초부터
대성기획에서 라바(용암)라는 10대 댄스 그룹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았
다. 그룹 H.O.T.를 누르려면 용암쯤 돼야 한다는 뜻에서 라바라고 그룹
이름을 지었다는 그럴싸한 부연 설명과 함께…. 실제 그룹명은 라바가
아니라 젝스키스로 바뀌었지만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소문을 퍼뜨린 덕
택에 이들이 데뷔하기 직전에는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
었다. 음반 나오기 전부터 얼굴을 미리 알리기 시작한 작전이 10대 팬들
에게 특히 어필했으며 이사장은 녹음과 인터뷰, TV 출연을 동시에 진행
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미 아이돌의 경험에서 프로 의식이 없는 가수는 위기가 닥치면 무너
지게 된다는 교훈을 배운 이 사장은 멤버 영입 조건으로 첫째 헝그리 정
신의 유무를 따졌다. 6명의 멤버 중 은지원 등 2인은 하와이에서 고생하
며 학업을 마친 전력이 있고 김재덕 등 두명은 부산에서 혹독한 무명 그
룹시절을 거친 바 있다.

이 사장은 춤과 음악에 있어서도 H.O.T.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안무
매니저 박재준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H.O.T.와는 달리 젝스키스는 춤
을 멤버들이 해결했다. 이들은 쉬운 춤을 강조하는 H.O.T.와는 달리 어
려운 춤으로 강한 인상 남기기에 주력했다. 멤버 전원이 독자적으로 한
가지씩 춤을 개발해 선을 보이도록 한 것도 특징이었다. 뒤로 수직으로
넘어지는 '백다운'을 비롯,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춤을 다 출 수 있다
는 뜻에서 '인간춤', 10대에게 인기 있는 닌자 만화에서 영감을 얻은 닌
자춤 등 다양한 춤을 개발함으로써 '젝스키스 하면 춤'이라는 등식을 10
대 팬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음악 역시 철저한 차별화였다. 곡의 선택에서 녹음까지 전체 음악을
맡았던 변성복(32)씨는 약간 달콤한 H.O.T.의 음악과 차별화하기 위해
이들에게 헤비메탈과 힙합을 결합한 메탈 힙합이라는 강한 장르의 음악
을 선물했다.

신인의 경우 강하면 강할수록 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길 것이라는
판단에서 아주 시끄러운 음악 장르를 탄생시킨 것이다. 변씨는 "지금까
지 우리 가요계에는 듣고 따라하는 음악은 있었지만 보고 좋아하는 음악
은 드물었다"며 보여 주는 음악에 포인트를 주어 이들의 대표곡 '학원별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멤버가 6명이나 되니까 이들의 기량을 최대화하
기 위해서는 음악을 최대한 파워풀하게 꾸며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
다고 한다. 물론 변씨의 계산은 그대로 적중해 이 곡은 10대들 사이에서
금세 애청곡이 됐다.

이곡 외에도 히트 곡의 연금술사 윤일상의 감성적인 댄스 곡 '연정'을
포함, 독특한 리듬의 '폼생폼사' 등 한 음반에 다양한 색깔을 담아 내어
음악적 균형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엔지니어를 공부하
고온 변씨는 그동안 아이돌, 마운틴 등 대성기획 소속 가수들의 음악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이호연 사장의 속 마음을 꿰고 있었
다.

이 사장의 주문대로 척척 주문 생산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는 "어느
누구도 H.O.T.와의 대결을 피했지만 오히려 한번 붙어 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80년대 후반 일본 가요계에 10대 열풍을 불
러일으켰던 히카루 겐지와 스머프가 거의 동시에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10대 그룹들은 동시에 몇 팀이 붙어야 서로 더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의 판단은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호연 사장의 오른팔로서 멤버들의 캐스팅과 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젝스키스의 매니저 김기영(22)씨는 국내 최연소 매니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10대의 감각과 기호를 피부로 알고 있었고 멤버들에 대한 통솔력
또한 다른 나이 든 매니저보다 훨씬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또
아이돌의 매니저를 하면서 10대 그룹을 관리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멤버 전원이 10대인 이들의 스케줄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이들의 훈련을 변칙적으로 시켰다. 댄스가수인 이들에게 록 음악
곡으로 연습을 시키는 등 적응력 강화에 힘쓴 것이다. 춤의 경우에도 외
국곡들의 샘플(부분만수록된 음반)을 따다 샘플 하나하나마다 안무를 짜
도록 흔련을 시키는 등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일관했다. 그런 그에게 멤
버들이 '독재 타도'를 외쳤다는 일화가 있다. 김씨는 라이브 대신 립 싱
크를 고집하는 H.O.T.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모든 무대를 라이브로 하는
모험을 시도하기도 했다.

"젝스키스는 H.O.T.의 아류가 아니냐"는 팬들의 지적에 이 사장은 "소
방차, 잼, 뮤 등 떼거리로 댄스 음악을 한 것은 내가 시초"라면서 "힘이
있고 강한 이미지의 댄스 그룹이라는 점에서 젝스키스는 분명 H.O.T.와
는 다르다"고 말한다. H.O.T.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달라 보이려 했던
이사장은 국내 댄스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인터넷 홈 페이지를 개설하기
도 했다. 이모든 것을 자신의 경험과 육감에 의존해 결정했던 이 사장은
"젝스키스가 성공한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그냥 되데요"라고
멋쩍게 답했다.
<신진상 주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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