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시험 수석합격 정계선씨

입력 : 1995.10.25 19:57

사법시험 수석합격 정계선씨

"올 봄에 작고한 아버님께 합격의 영광을 돌립니다. 법을 공정하게
적용하는 훌륭한 법관이 되겠습니다".

25일 발표된 제 37회 사법시험에서 수석합격한 정계선씨(26.여.충북
충주시 충의동 76의2)는 "합격은 예상했지만 수석은 생각치도 못했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합격소감을 밝혔다.

지난 93년 공법학과를 졸업한 정씨는 특히 지난해 1차시험을
통과한뒤 올해 첫도전한 2차시험에서 평균 64.12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로
수석의 영광을 안아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정씨는 "매사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자는 신념으로 공부한 것 이외
에는 특별한 비결이 없다"며 "다만 하루 8시간씩 모교인 도서관
에서 꾸준히 공부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게 한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시험기간중 그녀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은 지난 3월 아버지(고 정진
철씨.57)의 갑작스러운 작고였다.

그녀는 2차시험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닥쳐온 불행에 심한 좌절감을
느껴 한때 시험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다. 반드시 법관이 돼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학업에 전념, 슬픔을 영광으로 승화
시켰다.

고향에서 자그만한 한복점을 운영하는 어머니 이춘자씨(54)와 여동
생(22.회사원),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는 남동생(20. 2년휴학) 등
가족들의 격려도 큰 도움이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항상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
는 아버지의 말씀을 늘 새기며 살아왔다는 그녀는 "법관이 돼 품은 뜻을
실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고 조영래 변호사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녀는 "법은 사회정의를 실현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함으로 법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
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자신의 법학관을 밝히기도.

그녀는 특히 "어려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되
새기기 위해 평소 즐겨 읽던 `전태일 평전'을 2차시험이 끝난 후 다시
탐독했다"고 말했다.

취미는 독서와 탁구. 평소 공부하다 지칠 때면 친구들과 함께 탁구
장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것.

대학 4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어렵게 공부했지
만 늘 쾌활하게 생활했다는 것이 친구들의 평.

그녀는 이날 인터뷰를 마친후 아버님의 묘소를 찾아 합격소식을 전하
기 위해 서둘러 고향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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